'보랏빛 소가 온다'로 유명한 세스 고딘의 10년 만의 신간이다. 실용적인 내용보다는 개념적인 내용이다.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라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마케팅은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전에는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뿐더러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다.
최소유효시장 찾기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 제품과 서비스에 맞는 고객을 찾기보다, 섬기고자 하는(타깃으로 삼을) 고객을 먼저 찾고 그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편이 더 쉽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할 최소한의 고객을 찾아야 한다. 최소유효시장을 찾는 것이다. 최소유효시장을 대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 즉 그들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드릴을 사용해 구멍을 뚫어 선반을 달고 그 선반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오는 만족감을 원한다. 다시 말해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후 느끼게 되는 위상의 변화를 원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약속을 통해 그러한 변화를 전달하는 일이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유대감을 형성하여 사람들의 경험을 창출한다.
그 약속은 동일한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묶을 수 있는 특정한 소수에게 하는 약속이다. 아무나 또는 모든 사람의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최소유효청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징을 찾아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는 저것이 아니라 이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결국 포지셔닝의 문제로 귀결된다. 독보적인 입지를 찾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실하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약속을 지키고, 너그럽고 아낌없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의 꿈과 두려움,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에서 출발하라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배타적이나 내부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류 집단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꿈과 두려움,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뒤처지는 데 따르는 불안을 유발하며 긴장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삶의 패턴으로 사람들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패턴을 가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마케터는 의도적으로 긴장을 유발한다. 긴장은 패턴의 단절을 만들어 사람들이 새로운 패턴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턴을 가장 먼저 시도하는 사람들은 얼리 어답터다. 하지만 얼리 어답터들을 만족시켰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얼리 어답터들을 만족시킨 혁신은 현재 상태를 뒤흔드는 것이므로 변화를 원치 않는 대중에게 불만을 안길 수도 있다. 때문에 얼리어답터와 대중 사이의 간극을 건너는 다리가 필요하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 특히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할수록 더 효과적인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주의를 끌고, 신뢰를 얻는 방법
소수의 특정한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약속할지 결정했다면 사람들에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그 약속을 상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기호와 상징을 활용할 수 있다. 브랜드는 고객의 기대에 대한 약칭으로, 고객에게 한 약속 그 자체가 브랜드다. 브랜드가 약속의 정신적 상징이라면 로고는 약속을 상기해주는 포스트잇이다. 때문에 브랜드가 없으면 로고는 무의미하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조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좋지 않다. 저렴한 가격보다 적정한(혹은 비싼)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무조건적인 공짜도 나쁘긴 마찬가지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비전, 아이디어, 디지털 표현, 소통 능력을 공짜로 공유하면 인지, 승낙, 신뢰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가수가 라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공짜지만, 라디오를 통해 노래를 들은 고객이 84달러짜리 콘서트 티켓을 살 수 있다.
신뢰는 반복을 통해 얻어진다. 충분히 반복하기 전에 그만둬버리면 신뢰를 얻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세스 고딘은 승인을 활용한 퍼미션 마케팅을 주장한다. 결혼으로 예를 들어 보자. 결혼을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다짜고짜 처음 보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랜 시간 여러 번의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간 후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다. 퍼미션 마케팅은 두 번째 방법으로 결혼하는 것이다. 다짜고짜 프러포즈를 하기보다는 먼저 이름을 알리고 고객의 승인을 얻는 것이다.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영화 '데드풀'은 영화 개봉 1년 전부터 코믹콘에서 특별 홍보 영상과 감독 인터뷰 등을 제공해 관객의 승인을 얻었다. 승인을 얻었다면 조금씩, 꾸준히, 반복적으로 다가가 신뢰를 얻는다. 이러한 과정으로 얻어진 승인 자산은 막무가내식 첫 번째 방법보다 더 높은 프러포즈 성공률을 자랑한다.
마케팅하기 전 생각해봐야 할 질문
- 누구를/무엇을 위한 것인가?
- 도달하고자 하는 청중들의 세계관은 무엇인가?
-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그 이야기는 진실인가?
- 어떤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가?
- 이 변화는 그들의 위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 어떻게 얼리 어답터에게 도달할 것인가?
- 왜 그들이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퍼뜨리는가?
- 그들은 친구들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 추진력을 만들 네트워크 효과는 어디서 나오는가?
- 어떤 자산을 구축할 것인가?
- 당신은 지금 하려는 마케팅이 자랑스러운가?
수술이든, 조경이든, 마케팅이든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 자체가 아니라 일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일을 선택할 수 있고 또 개선할 수 있다.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일이고,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것은 마케터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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