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머릿속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다. 빨간 마스크나 화장실 귀신 같은 도시 괴담이라든가 이솝 우화 같은 것들이다.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이러한 '스티커 메시지'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공통의 원칙들을 찾아냈다. Simplicity(단순성), Unexpectedness(의외성), Concreteness(구체성), Credibilty(신뢰성), Emotion(감정), Story(이야기) 총 6가지로, 각각의 앞글자를 따 SUCCESs라고 부른다.
단순성 (SImplicity)
핵심 메시지 찾기
단순성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 때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단순해지라는 것이 수준을 낮추거나 요약하라는 말은 아니다. 바로 전달할 메시지의 핵심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목표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이다. 가장 저렴한 항공사라는 메시지는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메시지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의 직원들은 승무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인터컴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색종이 가루를 뿌려서는 안 된다. 추가 청소 업무가 생겨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명확한 의도만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기든 그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묶어 연관 지어 설명하기
의미 없이 간결한 메시지는 의미 없다.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을 활용해 간결한 메시지로 많은 의미와 가치를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멜로'라는 과일을 설명한다고 하자. '포멜로란 감귤류 가운데 가장 큰 과일로 매우 두꺼운 껍질을 지니고 있으나 부드러워 손으로 까기 쉽다.'라는 설명과 '포멜로는 기본적으로 매우 두껍고 부드러운 껍질을 지닌 거대한 그레이프프루트다.'라는 설명 중 무엇이 더 이해하기 쉬울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레이프프루트라는 기존 개념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정확하게 알려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정확성과 양을 늘려가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의외성 (Unexpectedness)
놀라움으로 호기심 유발하기
놀라움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파괴될 때 놀라워한다. 놀라움과 충격은 핵심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때 놀라움은 뚱딴지 같은 놀라움이 아닌 예측 가능한 놀라움이어야 한다. 의외성은 합당한 맥락 속에 존재할 때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어느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기사 쓰기에서 제목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의 예시를 사용했다. 다음 주 목요일 전 교직원이 교수법 세미나에 참가할 것이라는 기사를 작성할 때,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다음 주 목, 교수법 세미나 개최? 전 교직원이 참가하는 교수법 세미나? 그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주 목요일 휴교!' 이때 학생들이 느낀 의외성과 놀라움은, 그들에게 언론학이란 단순한 사실 재구성이 아닌 요점 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미스터리의 힘으로 관심과 흥미 유지하기
미스터리와 수수께끼는 관심을 이어가게 만든다. 답을 알고 싶은 욕망, 지식의 공백이 우리를 끝까지 않아 있게 한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가?'에서 '내가 바라는 청중들의 질문은 무엇인가?'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10대들 사이에 마약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약장에도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라는 뉴스는 '내 딸이 설마 오래된 약통에서 몰래 약을 훔쳐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사람들의 지적 자만심을 무너트리고 지식 공백을 활용하려면, 예측을 유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면, 누가 옳은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전무한 경우, 먼저 적당한 배경 지식을 제공한 후 지식의 공백을 활용해야 한다. 지식의 공백은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강조해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성 (Concreteness)
추상적인 것을 피하고 현실에 접목한 구체적인 개념으로 바꾸기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식의 저주에 빠진 사람들은 추상적으로만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 사례를 통해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 구체성은 목표를 투명하게 만들어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여객기'라는 목표보다 '승객 131명을 수용하고, 마이애미에서 뉴욕까지 직항으로 운행하고, 짧은 활주로를 사용하는 여객기'라는 목표가 훨씬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구체성이란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을 사용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쉽게 형상화할 수 있어야 한다. 추상적인 정의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보다,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다.
신뢰성 (Credibility)
반권위에 호소하기
권위적인 사람들의 말보다 때로는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의 말이 더 신뢰될 때가 있다. 특히, 실제 경험자들이 들려주는 생생함 경험담이 그렇다. 반권위적인 사람들로부터 신뢰성을 이끌어내 내적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 경우 출처의 정직성과 신뢰도에서 권위가 생긴다. 그래서 반권위가 권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생생한 세부사항 활용하기
세부적인 사항들은 메시지를 더욱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만들어 신뢰도를 높인다.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댄스팀의 75세 회원은 그 자체로 핵심 메시지를 나타내고 다양성이라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구체적인 예시다.
통계 수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기
통계 데이터는 신뢰성을 주지만 착 달라붙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숫자들 사이의 연관성이다. 이해는 가지만 잘 다가오지 않는 숫자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맥락화해야 한다. 적절하고 현실적인 비유와 척도를 사용하여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중 37%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라는 말보다 '축구팀의 11명의 선수 중 자기 팀 골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선수는 4명뿐이다.'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쉽다.
시나트라 테스트 통과하기
시나트라 테스트란 '거기서 성공하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를 의미한다. 이전의 사례를 활용해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맡은 일의 98.84%를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합니다.'라는 말보다 '우리는 해리포터 시리즈 5권을 제시간에 유통한 경험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유통 회사의 업무 처리 신뢰도를 더 높인다.
검증 가능한 신용, 직접 경험하게 만들기
사람들은 일일이 설명을 들을 때보다 직접 확인하고 경험할 때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햄버거 가게 웬디스는 '웬디스의 고기 패티 양을 빅맥과 와퍼와 비교해보세요!'라는 광고를 통해 사람들의 검증을 유도했다. 웬디스의 고기 패티 양을 직접 확인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상승했음은 당연하다.
감정 (Emotion)
감정 연합하기
분석적 이성적 사고는 우리의 공감 능력을 떨어트린다. 감정을 건드릴 때, 사람들은 더 공감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감정을 건드리는 첫 번째 방법은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를 평범한 것과 연합시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건드려야 한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것을 자극한다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의미는 퇴색된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거나 메시지를 차별적으로 만들어주는 연합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긍정적인 코칭 연합(PCA)의 설립자 톰슨은 스포츠 정신을 부활시키고 싶어 했다. 그는 사람들이 여전히 스포츠 정신을 존경한다는 점을 알아내고, 이를 자극하기 위해 '경기 존중하기'라는 새로운 연합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반칙으로 퇴장하는 선수의 비율이 90%나 감소했다고 한다.
개인의 이익에 호소하기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므로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적절하고 확실한 혜택을 약속해야 한다. '굿이어 타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보다 '굿이어 타이어를 사용하는 당신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가 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체성 자극하기
물론 개인적 이익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더 크게 작용할 때도 있다. 이 경우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텍사스에서는 택사스에 쓰레기 불법 투기를 줄이기 위해 공동체 정체성을 자극했다. 텍사스 출신 유명인사들이 등장해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라'라고 이야기하는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 진짜 텍사스인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텍사스인의 정체성을 적절히 활용한 경우다.
특정한 개인에게 집중하기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보다 특정한 개인에게 더 공감하고 연민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호소했습니다.'보다 다리를 다친 환자의 시점으로 만든 병원 체험 영상이 훨씬 효과적이다.
결국 감정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개인에게 연민을 느끼도록 하면서, 그 사람의 이익에 호소해야 하고, 정체성에 호소하면서 미래의 이상향에도 호소해야 한다. 또한 매슬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뿐 아니라 그 위의 자아실현이나 미학 욕구, 초월 욕구 등도 만족시켜야 한다.
스토리 (Story)
스토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행동에 대한 동기인 영감을 제공한다. 결과가 아닌 사건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여 상상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된다. 물론 우리가 늘 스티커 메시지를 창조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스토리에서 스티커 메시지를 포착하고 발견할 줄 아는 능력이다. 사실 스토리에는 SUCCESs 법칙 모든 요소가 담겨 있다. 물론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핵심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를 적절히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제라드의 서브웨이 다이어트 이야기가 있다. 제라드라는 한 대학생이 하루에 두 번 서브웨이 샌드위치만 먹으며 드라마틱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야기다. 이를 6가지 법칙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단순성 :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면 몸무게가 줄 것이다.
2. 의외성 : 패스트푸드로 100kg이나 빼다니!
3. 구체성 : 커다란 바지 사이즈, 엄청나게 준 몸무게, 특정 샌드위치를 이용한 다이어트
4. 신뢰성 : 반권위를 활용한 신뢰성. 60인치 바지를 입던 사람이 다이어트에 관해 충고한다.
5. 감정 : 제라드라는 개인의 이야기는 매슬로의 욕구 단계 중 심오한 영역을 건드린다. 이것은 서브웨이의 도움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한 한 사람의 이야기다.
6. 스토리 : 승산 없는 상황에서 승리를 거둔 주인공의 이야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본 플롯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다윗과 골리앗으로 대표되는 도전 플롯이다. 이 플롯에서 상대적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주인공은, 자신을 좌절시키는 거대한 난관을 만나게 되지만 마침내 목표를 이뤄내고 도전에 성공한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약 100kg을 감량한 제라드의 스토리는 대표적인 도전 플롯이다. 다음으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대표되는 연결 플롯이다. 연결 플롯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플롯이다.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 주인공은 인종, 계급, 종교, 문화, 민족 등 간극을 메우며 관계를 발전시킨다. 마지막으로 창의성 플롯이다.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해결하거나 참신한 방식으로 문제를 공략하는 플롯이다.
우리가 스티커 메시지를 쉽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의 저주 때문이다.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손가락을 두드리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멜로디가 흐르지만, 그 두드림을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멜로디도 들리지 않는다. 혹시 내가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스티커 메시지의 6가지 법칙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1. 핵심을 찾는다. (단순성)
2. 관심을 끈다. (의외성)
3.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한다. (구체성)
4. 동의하고 신뢰하도록 부추긴다. (신뢰성)
5. 각별히 여기도록 자극한다. (감정)
6. 행동을 유발한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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