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케팅 이야기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 '연결성'에 주목하라

 

 

 

디지털의 발전과 혁신이 기존의 산업을 모두 파괴할 것이라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적대적 제로섬 관계가 아니었다. 다만 수익을 창출하는 재원이 바뀌며 가치의 재분배가 일어났을 뿐이다. 하버드 MBA 전략 담당 바라트 아난드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 콘텐츠에 집중하는 함정에서 벗어나 '연결'의 시너지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

 


 

콘텐츠 함정 벗어나기1 : 사용자 연결 관계

 

 

바란트 아난드 교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많을 수록 구매자가 증가하고 반대로 사용자가 적으면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의 핵심은 사용자 연결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콘텐츠 자체의 품질에만 집중하는 콘텐츠의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콘텐츠 비즈니스는 콘텐츠 자체가 아닌 네트워크의 힘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비슷한 사용자들 사이의 연결에서 발생하는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거나, 서로 다른 유형의 사용자와 공급자 사이의 연결에서 발생하는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할 때, 다음의 네 가지를 기억하자.

 

1. 제품의 품질로 이기려 할 필요가 없다.

어떤 산업 내에서 일단 1위가 되면, 기존 사용자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 모으는 영업자 역할을 대신한다. 제품의 특징보다 네트워크 효과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2. 네트워크는 실수에서 당신을 보호해준다.

제품의 품질보다 네트워크의 힘이 더 크기 때문에, 제품이 다소 약하더라도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3. 네트워크는 더 많은 가치와 연결을 창출할 수 있다.

같은 이치로, 콘텐츠와 플랫폼 중 더 막강한 것은 플랫폼이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우버 등은 모두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4.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과 규모의 수익은 다르다.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네트워크의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연결로 커진 대중의 힘,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 대표적인 모범 사례 중 하나다. 무조건적인 참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유를 통한 연결 관계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위키피디아는 대중이 서로의 의견에 기여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준과 규칙을 두고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통제하고 관리한 것이다.

 

고정비 관리, 월마트와 아마존

디지털로의 전환은 제조, 유통, 소매점 운영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오히려 기업들에 이익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 디지털 사업이 공존하는 시기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에서 디지털 사업과 경쟁하는 기존 사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고정비 지출 때문이다.

 

고정비를 부담해야 하는 기존 사업의 입장에서, 디지털 경쟁자로 인한 작은 매출 감소가 큰 손실로 이어진다. 때문에 효율적인 고정비 관리가 필요하다. 월마트와 아마존은 효율적인 고정비 관리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두 기업 모두 고정비를 줄이기보다는, 고정비를 미래를 위한 투자금으로 보고 적극 활용했다.

 

월마트는 도시가 아닌 지방에, 서로 가까운 거리에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적은 지방이라는 단점, 상점 건설 및 임대 지출 등을 고려하면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월마트는 오히려 경쟁자 없이 지방을 선점할 수 있었고, 가까운 매장 거리 덕분에 창고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고정비가 많이 드는 전산 시스템에 투자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였다. 고정비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아마존은 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곳곳에 물류센터와 창고를 짓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가격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른 상인들이 자사의 웹사이트와 물류센터를 통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챙겼다. 전산 시스템에 투자해 자신의 서버와 클라우드도 개방하였다. 무조건적으로 고정비를 줄인 것이 아니라 적절히 관리한 것이다.

 

 

 

 

중국의 연결 관계, 텐센트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이라고 하면 BAT, 다시 말해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가 떠오른다. 그중 텐센트는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이자 게임 회사이다. 기존 유명 회사들을 따라하는 '짝퉁 기업'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텐센트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현지화를 통해 차별성을 확보하며 창조적인 모방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텐센트는 인터넷 메신저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했는데, 그 중심에 사용자 연결 관계가 있었다. 텐센트는 QQ를 거쳐 이제 위챗이 된 대표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 결제, 송금, 배달, 쇼핑, 위챗 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위챗 게임은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를 벤치마킹 하였는데, 사용자는 게임 중에 채팅을 하거나 자신의 아바타를 불러올 수 있다. 기존 서비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신사업을 홍보하고, 자사 서비스들 간의 연결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끌어올린다. 신제품에 기존의 사용자 연결 관계를 완벽히 활용한 것이다.

 

메신저와 게임 외의 다양한 서비스에도 사용자 연결 관계가 적용된다. 국내 싸이월드를 벤치마킹은 QQ쇼, QQ존은 아바타 기반의 미니 홈페이지다. 사람들이 남들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온라인에서도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바타를 꾸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가상 제품 판매로 수익도 챙겼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10% 미만만이 가상 제품을 구매하지만, 구매자는 차별성을 위해 정체성을 구매한다. 일종의 가격 차별화다. 

 

텐센트는 자사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가상 화폐 Q코인을 발행하기도 했다. Q코인을 다시 위안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자는 남은 Q코인을 사용하기 위해 재방문하게 된다.

텐센트는 수익 중 90%를 사용자 부과 요금으로부터 얻는다. 광고 수익은 10%에 불과하다. 또 다른 세계적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상황과 거의 정반대이다. 덕분에 텐센트는 페이스북과 달리 광고 유지를 위한 불안정함과 과한 광고로 인한 고객 이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광고가 아닌 연결 관계에서 얻는 가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려 애쓴 결과이다.

 

텐센트의 사업 확장과 성공 전략은 국내의 카카오톡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실제로 텐센트가 위챗을 런칭할 때나, 위챗 게임 서비스를 만들 때 카카오톡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카카오톡은 세계 최초 메신저 플랫폼이라는 이름 하에,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서비스를 카카오톡을 매개로 연결해 제공해왔다. 그러나 그 수가 점점 많아지면서, 연결 과잉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불필요한 기능과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불편함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텐센트도 카카오톡도, 사용자 연결 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콘텐츠 함정 벗어나기2 : 제품 연결 관계

 

 

보완재의 경제학

인터넷의 발달로 새로운 디지털 기반 사업이 등장할 때 마다 기존의 사업은 소리 높여 위기설을 주장한다. 하지만 바라트 아난드는 새로운 사업으로 발생하는 연결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콘텐츠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콘텐츠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보완재의 경제학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완재란, 두 제품을 각각 구매할 때의 가치보다 두 제품을 함께 구매할 때 가치가 더 높은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한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다른 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 음원 CD와 콘서트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인터넷의 발달로 음원 불법 공유가 기승을 부리면서 미디어 업계는 음악 산업이 망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불법 공유로 CD의 가격이 하락하자 CD가 콘서트를 홍보하는 매개체가 되었고 콘서트의 수요가 증가했다.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즈 역시 보완재 관계이다. 손쉽게 음악 목록을 구경하고 구매하고 다운로드 가능한 아이튠즈 덕분에 아이팟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성장과 혁신은 더 나은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더 좋고 더 싼 보완재에서 올 때가 종종있다. 그렇다면 적절한 보완재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존에는 한 기업이 하드웨어와 서비스(보완재)를 모두 만들었기 때문 하드웨어의 가격은 낮게, 보완재의 가격은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면도기와 면도날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경쟁적 우위를 차지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가격 책정이 달라져야 한다. 보통 우위를 차지한 대상의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 더불어 자신이 소유권을 보유한, 자신에게만 이익인 독점적 보완재인지 아니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비독점적 보완재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연결 관계를 인식하기 쉽지않다. 대부분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느낀다. 먼저, 콘텐츠 중심 사고방식에 빠져 시장 중심 전략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다. CD와 콘서트의 보완재 관계에 집중하기 보다 CD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제재에만 집중했던 미디어 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다음으로, 고객의 입장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경쟁사를 정의하게 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전동 공구의 경쟁자로 단순히 유사 제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이미 전동 공구를 가지고 있는 정비공, 전동 공구가 필요 없는 이케아나 저렴한 렌탈 가구, 심지어 남편이나 아버지의 가족 선물 후보로 전동 공구와 함께 거론되는 넥타이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료의 문제이다. 대체제인지 보완재인지, 시장을 위협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등 정확한 자료를 통한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스필오버 효과

제품 연결 관계에서, 보완재의 경제학 만큼이나 스필오버 효과도 중요하다. 하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이거 우즈의 선풍적인 인기는 골프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물론 부정적인 효과도 그만큼 발생한다. 거꾸로 미치는 스필오버도 있다. 무명 밴드의 2집 앨범이 히트하면 덩달아 1집 앨범의 판매량도 올라가는 식이다. 스필오버 효과가 관련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높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에 인기 있던 콘텐츠보다는 인기 없는 콘텐츠일 경우 효과가 더 크다. 종합하자면, 스필오버 효과는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알려진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콘텐츠 함정 벗어나기3 : 기능적 연결 관계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 유지가 곧 기능적 연결 관계이다. 조직의 선택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기능적 연결 관계는 어떤 한 가지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증폭시킨다. 예를 들어, 이코노미스트는 기사 논조의 일관성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에는 기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하는 모든 기사와 사설은 이코노미스트라는 신문사 전체가 지닌 관점과 논조 내에서 일관성 있게 유지된다. 

 

다른 신문사가 기사의 기자 이름을 지운다고 해서 이코노미스트가 될 수 있을까? 경쟁사는 기능적 연결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의 전략을 따라할 수 없다. 어느 한 부분만 따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를 따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인프라의 차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개인 정보와 사진 업로드가 어렵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텐센트는 가상 화폐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이미 개인 정보 및 사진 업로드가 자유롭고 온라인 결제 역시 상용화되어 있어 페이스북의 가상 화폐 서비스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일관성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먼저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 맥락을 파악하고 관점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제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것들로부터 시작해 가치관과 세계관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출판사는 '독서 인구가 증가할까, 감소할까?',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까, 보완할까?' 등의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관점을 만들었으면 차별화와 경쟁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가치관과 세계관을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모든 작업들과 의사결정을 하나로 정렬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능적 연결 관계이다.

 

기능적 연결 관계는 무엇을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제공하지 않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연결 관계를 창출하라, 지키기 위해 확장하라, 남들을 따라 하지 않을 용기를 가져라. 이 얼마나 간단한 아이디어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며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